마음
마음
나쓰메 소세키. 마음. 오유리 역. 서울: 문예출판사, 2019.
저자에 대해서
저자는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20세기의 작가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린다. 소세키는 1900년에 일본 문부성이 임명한 최초의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 런던에 머물며 영문학을 연구한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도쿄제국대학 강단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는 한편, 1905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후 《도련님》이 연재되면서 인기 작가로 부상했다. 1907년 교수직을 사임하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개양귀비》 《산시로》 《문》 《그 후》 《마음》 《행인》 등의 명작을 발표했다.
요약
요약 「마음」은 '선생과 나', '부모와 나', '선생의 유서'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첫 두개의 장은 선생과 부모와 '나'라는 주인공이 현재 또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상황에 대해서 해석과 비평을 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선생의 유서'는 자살을 한 선생의 과거에 있었던 후회스러운 체험이 적혀 있다.
❖ 등장인물 1. 선생
선생은 도쿄제국대학을 졸업했지만 아무런 사회적 활동도 직업도 없이 먹고사는 문제는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해결하며 그저 회색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원래는 더 큰 부자였지만, 숙부에 속아서 많은 재산을 잃고 그나마 얻게 된 재산이었는데, 그것 역시 꽤나 된 듯하다. 경제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던 선생에게는 절망인지, 불만인지, 비애인지 고독인지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있다.
선생은 현재의 아내를 사이에 두고 과거 친구 K와 갈등을 겪었다. 하숙집 주인의 딸이었던 현재 선생의 아내를 둘 모두가 사랑하였는데, 친구 K에 대한 질투와 이기심으로 K보다 먼저 K가 모르는 사이에 하숙집 안주인에게 청혼의 의사를 전하여 딸과의 결혼 약속을 받아내었다. 하숙집 주인은 선생이 모르는 사이에 K에게 그러한 사실을 전하고 그 결과 K는 자살해 버린 것이다. 선생은 죽은 K의 유서에서 자기에 대한 원망의 글이 나올까 두려웠지만, K는 인생에 가능성이 사라져 버린 비애로 죽음을 선택하였노라고만 적었다. 선생은 그 유서를 읽고는 자신의 책임을 면한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다.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정해진 인간은 없네. 적어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라구. 그러던 것이 한순간에 갑자기 나쁜 사람으로 변하니까 무서운거지." (90쪽)
그럼에도 선생은 윤리적인 괴로움에 고뇌할 수 밖에 없었다. K의 죽음 뒤 반년 후 하숙집 딸과 결혼하였지만, 선생의 행복에는 항상 K의 자살에 대한 죄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아내를 보면 자꾸 K의 생각이 나서 점점 아내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K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밝히 못하였다. 그러면서 선택한 가장 '간단한 노력'이 자살이었다.
❖ 등장인물 2. 선생의 친구 K
K는 승려의 아들로 태어나 의사의 집에 양자로 들어갔다. 그는 양쪽 부모님이 원하시는 길을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학문을 하다 파양되어 양쪽의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어렵게 학업을 계속한다. K는 의지가 강한 남자이며 정신적 ‘정진’을 삶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로 여기고 살았다. 가장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치관에서는 남녀 간의 연애 감정을 정진의 반대 개념쯤인 약한 남성으로 것으로 생각한다. K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남성 공동체의 부속품쯤으로 생각한 전형적인 메이지 시대의 철학적 사고를 지닌 남자이다. 친구의 하숙집 주인의 딸을 사랑하게 된 K는 같은 여성을 사랑하고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정신적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자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친구의 말과 더불어 친구와 그녀의 혼담을 알게 되어 자살한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을 자살로 이끈 속내(친구에 대한 배신감)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가능성이 사라진 인생이라는 거창한 명분 만을 남겼을 뿐이다.
❖ 정리
선생은 신문물의 사람이다. 그리고 K는 일본의 전통적인 남성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문물의 사람이었던 선생은 전통 속에 매여 사는 사람이었다. 당시 일본 사회에 지성인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에게 신문물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손에 쥐었던 칼에 지나지 않았다.
선생은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K에게 정신적으로 발전하고자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에둘러 비난한다. 그러나 그 비난은 쟁취하고자하는 사랑을 얻기 위한 암살 도구였을 뿐, 그 안에 대단한 철학이나 명분을 담고 있지 않았다. 선생은 그 칼로 K를 찔렀고, K는 스스로 발전 가능성이 없는 이라 자책하며 자살을 한다. 선생의 암살이 성공한 것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지성인인 선생에게 서양식 사고와 삶의 방식 그리고 철학은 단지 일본 사무라이의 칼집 속의 칼을 총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 사무라이들의 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무기는 상대를 향하고 있었고, 여전히 사고는 집단 중심의 체면이 그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도 체면을 지키기 위한 일본 전통의 방법인 '자살'이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지성인의 허구를 고발한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들처럼 살아가는 흉내는 내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사고관에 사로 잡혀 살아간 선생. 이기적이라 만큼 개인의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집단 속에서 체면을 중시하는 선생은 당시 지성인의 허구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저자는 그 지성인을 따르려는 서구문물의 추종자(주인공 '나')를 고발한다. 선생을 따르기 위해서 아버지의 간병마저도 포기하는 열렬한 서구주의자인 '나'는 무비판적으로 따르던 전통적인 사고관을 벗어버리는 듯하나, 결국 선생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그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할 지도 모르는 채.
오늘에도 '지성인'이라는 허울뿐인 명찰을 달고 자기의 소신과 철학을 잠시 서랍 속에 감추어 두고 체면을 따르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리고 '기독교인'라는 명찰을 달고서도 전혀 다른 가치관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던가. 그러므로 이 소설은 구 시대적인 사고에 머물고 있는 지성인과 그 지성인을 동경하는 이들에 대한 고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이름 붙여진' 이름표 뒤에 감추어진 전혀 다른 나를 고발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