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그래도 괜찮은 하루
구작가. 그래도 괜찮은 하루. 고양: 위즈덤하우스, 2015.
저자에 대해서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중퇴하고, 싸이월드 스킨작가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활동하였다. [내가 되고 싶은 나] 미술 선교 프로그램을 2012년이후로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2013년 겨울, ‘망막색소변성증’ 판정 후 현재는 시력을 잃게 된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요약
이 책은 청각장애를 가진 구경선(필명. 구작가)의 자전 일러스트북이다. 싸이월드 스킨 베니로 인기를 얻은 구작가의 평탄하지 않은 인생을 수식어 없이 담담하게 일러스트로 그려냈다. 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어눌하게 소리를 내어 말하는 구작가는 그녀의 희망이 넘치는 강연으로 30-40대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절망의 이야기,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
구작가는 태어나서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청력을 잃었다. 헌신적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구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행복해 했다. 그러나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저자는 어렵게 합격했던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중퇴한다.
그리고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일할 곳을 찾았지만, 번번히 거절당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어설픈 이력서를 가지고 세상에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할 뿐, 어떤 소리도 알아듣지 못하는 저를 아무도 원하지 않았어요. 모두에게 거절만 당했어요. 그때의 세상은 저에게 너무 거칠었고 차가운 잿빛이었어요."
소일거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싸이월드(Cyworld)의 스킨 작가가 된다. 그리고 베니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자신을 입힌다. "다 귀찮아요"라는 스킨이 사랑 받으면서 싸이월드에서 인지도 있는 작가가 된다.
인생의 최고 황금기를 걷는 듯했지만, 갑작스러운 싸이월드의 하락으로 다시 모든 것을 잃어 버린다. 이 시기에 그녀를 잡아준 것은 신앙이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괴로워 교회를 찾아갔어요. 긴 시간 동안 혼자서 실컷 펑펑 울며 기도를 했더니, 딱딱하게 굳었던 마음이 풀리더라고요."
사실 신앙이 그녀를 잡아주었다고 하기보다는 하나님에게 목놓아 울며 하소연하면서 자기 안에 있었던 숨겨진 말들, 어머니를 보면서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아픔, 변하지 않는 주변의 환경에 대한 서러움을 마음 껏 쏟아내며 붙잡고 울 수 있었던 하나님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신앙은 그렇게 시작한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방문한 동사무소에서 장애를 가진 직원이 저자에게 공감하며 도와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맞이한다.
"나는 왜 재미없게 살고 있었을까? 왜 남들이 사는 대로 살려고 했을까? 나는 왜 절망만 했던 걸까!"
저자는 그 마음을 담아서 "내가 되고 싶은 나"라는 미술 선교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30개 나라를 방문하는 것을 목표삼아 한 나라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네번째 나라였던 필리핀 선교를 앞두고 시력에 심각한 이상을 느낀 저자는 친구의 권유로 병원을 찾는다.
찾아간 병원에서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 질병을 진단받으며 점점 시력을 잃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받는다.
"내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눈을 왜 가져가려고 하는 거야? 왜 내 것만 자꾸 뺏어가는 거야?"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그림마저 못 그리게 된다는 사실에 저자는 분노하였다. 그러나 필리핀 선교에서 만난 태풍으로 모든 것을 잃은 소년이 ‘저는 사진 작가가 되어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어요.’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소년에게 그려준 그림 한 장으로도 그 소년이 행복해하며 밥도 안 먹고 그림을 가슴에 품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가 누군가에 희망을 주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내 감사의 빛을 찾았다. 그리고 경험해 보지 못한 더 넓은 세상을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눈이 보일 때 할 수 있는 걸, 그리고 하고 싶은 걸 모두 해보자."
그녀는 눈이 더 안보이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버킷리스트’ 정하고 실천에 옮긴다.
- 개인 작업실 갖기
-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리기
- '우유니 소금사막'에 가서 누워보기
- 김연아 선수 만나기
- 돌고래와 헤엄치기
- 헤어진 친구 찾기
- 소개팅 해보기
- 플리마켓 참여하기
- 운전면허증 따기
- 살빼기
-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연락처 묻기
-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가기
- 나의 설리번 선생님 찾아 뵙기
- 출근하는 사람들 보기
- 혼자서 영화 보기
- 시내의 반짝거리는 네온사인들 보기
- 해가 뜨는 순간 보기
- 셀프 웨딩 사진 촬영하기
- 가족여행 가기
- 베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팬미팅하기
- 명동에서 프리허그 하기
- 타인을 위하여 의미있는 일하기
- 봉숭아 물들이기
- 어린 시절의 그리운 책 찾기
- 마라톤 참가하기
- 나의 목소리 녹음하기
- 한국영화 100편, 책 100권 읽기
- 불로냐 동화상에 도전하기
- 나만의 사진 앨범 만들기
- 다른 사람과 버킷리스트 이야기하기
저자는 이런 버킷리스트를 만들며 소리를 잃고 시각을 잃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소리를 잃고 시작을 잃어도 냄시는 맡을 수 있잖아요. 아직 기분 좋은 향기가 남아 있어요. 아직 제겐 많은 감각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아직 느낄 수 있어요. 달콤한 향, 상큼한 향, 새콤한 향, 상쾌한 향, 여러 향기에 취해 행복하게 사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것 같아요. 계속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살아 있으니까요."
정리
구작가의 아이콘은 ‘희망’, ‘긍정의 삶’, 그리고 ‘밝음’이다. 구작가는 태어나서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청력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 서서히 시력도 잃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것이 "누구 때문인가?",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집중하지 않는다 (물론 망막색소변선증을 선고 받은 후에는 이런 질문을 하지만, 그 질문에 휩싸여 휘둘리며 살지 않았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현재의 ‘나’는 하나님이 이렇게 있도록 만드셨기 때문이다. 구작가는 자신의 처지에서 불평을 늘어 놓을 수도 있고, 자신이 가진 상대적 단점 때문에 겪어야하는 외부적인 좌절과 내부적인 좌절이 만들어낸 불만과 패배의식의 노예가 될 충분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하나님이 만드신 ‘나’를 정확히 보았고 긍정을 선택했다.
일상을 누리는 사람들의 가장 큰 결점은 '감사'를 모르는 것이다. 구작가는 일반인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일상들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는 않지만, 많이 가지지 못했어도 가진 것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이루려 노력하였고 결실을 맺었다. 그래서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녀의 삶을 같이 응원하고 싶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 편의 동화 같이 글도 많지 않은 책이지만, 저자가 소망하는 이야기를 잘 담아내었으며 장애로 인해 편하지만은 않은 인생을 담담하게 그렇지만 어둡고 슬프지도 않게 그려냈다.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서 억지스러운 심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읽으면서 그녀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처럼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보게 된다. 오늘 나를 위한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쭉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