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미래목회연구소 느헤미야 2020-03-21 20:19:19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우치다 다쓰로 외.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처방전. 김영주 역. 고양: 위즈덤하우스, 2019.



편집자에 대해서

우치다 다쓰루(內田樹)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교육가, 문화평론가. 195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에 입학해 불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중 프랑스 현대사상을 전공했다. 1990년 고베여학원대학 문학부 종합문화학과 교수로 취임해 2011년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가 되었다. 현재 교토세이카대학 객원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 《사쿠라 진다》, 《소통하는 신체》,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거리의 현대 사상》, 《위험하지 않은 몰락》(공저),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하류지향》, 《스승은 있다》, 《어른 없는 사회》, 《속국 민주주의론》(공저) 등이 있다.



요약

이 책은 일본 사회에 오피니언 리더들이라 불리는 열명의 저자들의 글을 우치다 다쓰루(서문 집필)가 모아서 출판한 책이다. 책의 제목은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이라 하고 그 부제로는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처방전"이라 이름을 붙였다. 옴니버스식 구성이므로 때로는 책의 제목에서 약간 벗어난 듯한 글도 있고, 일부 저자들 가운데에서 일본 우선주의적인 시각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하다. 인구감소 사회가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로 말하는 이도 있다. 이런 경향성을 잠시 접어두고 그들이 제시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들과 그 데이터들을 풀어내는 인문학, 생태학, 생물학적인 관점들에 집중해서 인구감소가 위험하다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만들어 진 위기 조성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이 책을 요약 정리한다.

 

인구 감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난리들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아직까지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들과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가들과 후진국들은 여전히 출산률이 높다. 이들의 출산률이 전세계의 인구의 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꾸준히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구 증가 현상도 2100년을 전후로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인구 감소가 사회적인 문제라고들 말하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인구를 늘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인구 감소 자체는 천재지변이 아닙니다. 자연과정입니다. 환경수용능력 Carrying capacity를 초과한 인구 팽창에 대응하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집단적 행동입니다."(15쪽)

    구조주의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는 인구 감소를 위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구 감소를 위기라고 조장하는 이들의 실체를 말한다. 그들은 세계의 인구와 비해서 몇 퍼센트라고 말할 수도 없으리만치 소수의 자본주의 경제 권력가들이다.

 

인구 감소 사회는 정말 위험한가? 채집사회 vs 농경사회

채집사회는 인구의 증감폭이 거의 없다. 자연스러운 출산 과정을 통해서 사회가 유지된다. 반면에 농경 사회는 나날이 인구가 늘어간다. 그리고 더 많은 노동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아이를 출산한다.

"채집에는 동식물의 생태에 대한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미숙한 일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아이가 늘어나면 밴드(공동체) 전원에게 돌아갈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없다. 밴드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장점이 없는 셈이다. 필연적으로 밴드 구성원의 수는 제한된다." (59쪽)

"농경은 경지를 만드는기술이나 어떤 작물을 언제 심는지 등의 고급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극히 일부라도 상관없다. 나머지는 단순한 반복 작업이다. 아이도 노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자 기본적으로 다산을 선호하게 되었다. 저출생이 나쁘다는 논리는 농경민의 사고 방식이다." (60쪽)

    이케다 기요히코는 농경사회가 만들어낸 잉여 농산물들과 이 때문에 발생하는 전쟁, 그리고 산업 사회로의 발전과 세계자본주의의 역사를 짚어 내면서 싼 노동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 노동 인구가 많을 수록 좋다고 여기는 자본주의의 소수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공포 뉴스가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라는 명제라고 말한다.

 

왜 인공지능시대(AI)를 지향하는가? 이노우에 도모히로의 두뇌자본주의와 인공지능

인구가 줄어들면 그 만큼 노동력이 줄어든다. 자본주의의 소수 권력자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손실이다. 이 손실을 메우고 권력자들이 가지고 있던 현재의 경제 권력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줄어든 노동력만큼 일을 해줄 수 있는 첨단의 기계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노동조합도 만들지 않는다.

"범용인공지능(AI)이 실용하되면 모든 산업에서 살아 있는 노동자 대신 사용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와 사회에는 극적인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2030년쯤 실현된다고 해도 보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범용인공지능이 경제나 사회를 변모시키는 것은 빨라야 2045년 무렵, 늦으면 2060년 정도로 예상된다." (87쪽)

    세계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주도권을 잡고 있는 자본 권력가들은 적어도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까지는 인간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적어도 그 때까지 그들은 인구 감소 사회의 위험성을 계속 부각시킬 것이다. 그러나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 후에도 인구 감소를 걱정할까?

 

왜 인구가 줄어드는가? 자본주의의 필연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출산률이 저조하기 때문이 아니다. 투박하게나마, 결혼 가정의 출생률은 과거와 동일하거나 조금 상승하고 있다.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은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어지기 때문이다.

"여성이 아이를 낳기에 적합한 연령이 23세부터 30세까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시기에 결혼하지 않는 것이 저출생의 주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145쪽)

    그리고 이렇게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는 이유로 히라카와 가쓰미는 (1)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이행 과 (2)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따른 화폐 중심의 사고구조라고 꼽는다.

"일본인의 가족관을 바꿔놓았다. 돈만 있으면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족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안전보장이었다. 그러나 시장화의 진전으로 많은 사람들은 돈이야말로 안전보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147쪽)

    화폐가 안전보장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는 순간, 결혼한 후 가정 주부는 타산이 맞지 않는 직업이 되었고, 아이를 낳아 아이게게 학비와 식비를 지출하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 경제활동이 된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인구 감소를 상쇠할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인구 감소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이민을 받아들이면 아이가 늘어날 것이다”라는 공기(선입견)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량의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과 싱가포르에서도 이미 어린이의 절대인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육아에 돈이 드는 출생률이 낮은 지역으로 이민을 온 이민자는 그곳의 선주자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지 않게 되는 것이다. (126쪽)

 

인구 감소로 인한 사회 구조 붕괴를 늦추는 응급조치 (1) 기본소득

우찌다 사스루와 이케다 기요히코는 최저 소득보장과 고용보장을 응급처방으로 제안한다. 일정 부분의 공급과잉은 자본가들을 배부르게 한다. 그래서 자본을 가지고 있는 권력자들은 디플레이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서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을 유도한다. 그러나 지나친 디플레이션으로 소비자 계층이 무너지면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은 모두가 함께 무너진다. 그러므로 자본권력가의 입장에서는 소비자 계층을 무너지지 않게 하면서 시장을 유지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사회경제구조로 보았을 때에도 소수의 경제 권력가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잉여 자본들을 소비자에게 돌려줌으로 화폐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사회 구조 붕괴를 늦추는 응급조치 (2) 출산장려금과 출산휴가

사회의 노령화를 걱정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물론 고도화된 노령화 사회가 너무나 많은 복지 부담을 주는 것도 맞는 이야기이지만, 이제 곧 자연스럽게 노인은 줄어들 것이다. 일본을 기준으로 벌써 75세 이상의 인구는 진입률보다 사망률이 더 높다.

"오히려 이제는 '노인이 될 사람이 적은' 상태다. 머지 않아 고령자의 절대인구소는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117쪽)

    정치인들은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지만, 결혼을 하고자하는 사회, 그리고 결혼한 가정이 자녀를 출산하고도 고용이 보장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하면서 생기는 여성의 경력 단절과 일시적인 노동시장에서의 이탈을 메워줄 출산 장려금과 육아를 위해서 시간을 주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정책들로는 근본적으로 인구를 통제할 수는 없다. 인구와 경제는 상관관계에 있는 유기체이다. 어느 하나를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이다.

 

인구 감소에 맞춰서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도 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케다 기요히코는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 Robin Dunbar가 제시한 '던바의 수' Dunbar Number Theory를 제시한다. 옥스퍼드대학교 진화인류학과 교수인 던바는 인간의 뇌가 관리할 수 있는 최대의 인간관계가 15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SNS를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친구들과 팔로워를 만날 수 있지만, 특별히 기억할 만한 개인적인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150명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150명 정도의 집단에서는 개인이 개성을 발휘하고 자유롭게 행동해도 집단의 통합이 유지되고 자율성과 유연성이 출현한다."(64쪽)

    이케다 기요히코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구조 아래에서는 인구 감소가 필연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현재의 모든 공동체들은 (세계와 완전 고립된 소수부족들을 제외하고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시장 경제로부터 한 발만 뒤로 빼도 경제 성장에 목을 맬 필요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독점적인 경제 자본 권력가들의 출현을 생태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150명 정도의 소규모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거대한 세계자본주의 구조의 사회 구조에서 한발 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사회구조에서 독립하게 되면, 물량(量)은 많음은 중요하지 않게된다. 그리고 질(質)적인 향상을 추구하게 된다. 이케다는 기요히코는 경제를 어떻게 다시 성장하게 만들것인가보다는 성장이 꼭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정리: 인구 감소 사회의 교회

인구 감소는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여야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구 감소의 속도를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계속되는 한 인구 감소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응분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 사회에 교회는 어떠해야할까? 매우 원론적이지만, 이 책에서 제시한 일본 사회의 모델을 교회로 대치하여 거울 삼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작은 교회를 추구해야한다. 던바의 수가 말하듯, 150명 내외의 작은 교회는 시스템과 조직 관리에 의해서 움직일 필요가 없다. 생태적으로 이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 요인들과 관계의 불편함은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그리고 그것이 면역력이 되어서 건강하게 자생할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한 발자국 뒤로 발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구 감소 사회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교회는 대형교회들이다. 대형 교회들은 존립을 위해서라도 수요자라고 불릴 수 있는 교인들의 의견과 필요를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교회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따라 삶의 방향을 바꾸려는 이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더 많은 수의 교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마케팅 바탕의 공동체로 바뀌어질 위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형교회를 갑작스레 해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형교회는 150명이 넘지 않는 교회 안의 작은 생태계들을 만들어 감으로 현재를 유지하되, 궁극적으로는 작은 교회로의 이행을 위한 준비들을 시작해야한다.

질적인 변화를 추구해야한다. 자본 권력가들이 심어 놓고 학습 시킨 '성장'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과감하게 버려야한다. 경제성장의 지표는 소득의 증가, 수의 증가, 소비의 증가, 생산의 증가이다. 그리고 이 증가를 위해서 시장을 키워 나아가고 상품을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홍보하며 판매해야한다. 경제적인 시장의 확대와 시장 경제에서 더 많은 화폐를 소유하는 것을 '성장'이라고 정의하는 자본주의적인 사고를 벗어나 '질적인 변화'를 '성장'이라고 관점을 바꾸어야한다.

    무엇이든 다 잘하는(전문적인) 교회를 만들려다 보니 교회가 대형화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많은 전문성을 골고루 유지하기 위해서 '관리' 중심의 자본주의 기업 모델이 채택이 된다. 그러나 마치 골목 식당에서 메뉴를 단순화하듯, 성서학, 교육학, 윤리학, 철학(조직신학), 역사학, 예배학 등 목회자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 가운데에서 어느 한가지에 초점을 두어 (다른 부분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에 특별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간다면, 교인들은 질적인 변화의 성장을 할 수 있다.

'작은 교회를 만드는 것'과 '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은 둘이 아니다. 던바의 말처럼 150명 내외의 작은 교회는 '관리'가 아니라 '관계'의 공동체이다. 관리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배려, 그리고 포용으로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신앙 생명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하고 있는 공동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뿌리로 서로 이어진 숲의 나무들이 강한 바람에도 서로를 잡아주며 넘어지지 않는 공동체를 생각해보라. 나무라는 존재는 변함이 없으나 뿌리로 맺어진 관계는 거대한 태풍을 견뎌낸다. 질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이것이 히라카와 가쓰미가 말하는 '인구 감소에 맞춰서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도 되는 전략', 바꾸어 말하면, 인구 감소에 맞춰서 교회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는) 성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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