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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90년생이 온다

미래목회연구소 느헤미야 2019-11-05 20:38:30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서울:웨일북,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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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대해서

1982년에 태어났다. 2007년부터 다양한 기업의 신입사원 입문 교육과 소비자 분석 업무를 담당하였고, 현재는 브랜드 매니저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990년대에 출생한 신입 사원들과 소비자들을 마주하며 받았던 충격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들을 관찰한 내용을 연재해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9급 공무원 세대>로 은상을 수상했다.

 

요약

대형 서점가 및 온라인에서 독보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90년생이 온다>는 20세기 끝자락에 태어나 현재 대한민국의 2030세대로 자리잡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세 가지로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로 정리된다. 이러한 특징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지, 왜 집단에 충성하지 않는지, 왜 그토록 말을 줄이며 어쩌다가 ‘프로 불편러’가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의 타겟 독자가 이들의 윗세대라는 것이다. 그러니 꼭 청년이 아니더라도, 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목회자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게 어떨까. 밀레니얼 세대는 지금 우리 교회 안에도 있으니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란?

일반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정보기술(IT)에 능통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세대를 10년 단위로 끊어서 오직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지칭하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가 공유할 수 없는 특징들이 많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1: 간단하거나

밀레니얼 세대는 길고 복잡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을 일상화했기 때문에 채팅을 통한 은어가 발달했고, 이미지에 강해서 감정을 텍스트가 아닌 이모티콘으로 전하는 데에도 익숙하다. 일기나 편지를 쓰는 대신 SNS로 자신을 표현하고, 전화보다 메신저를 이용해 연락을 한다. 호흡이 긴 문장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줄임말을 사용한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스압주의(스크롤 압박 주의)’,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 등의 생소한 표현은 이들에게는 일상적인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의 두뇌가 점점 독서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90년대생들은 기존의 세대들과 달리 더 이상 정보를 책에서 찾지 않는다. 심지어 웹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지도 않으며,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찾아낸다.” -88쪽

“그들에게 조용하고 집중적인 기존의 선형적 사고는 구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온라인상으로 제공되는 축약된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필요할 때 바로 찾는 비선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89쪽

    9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시작점을 알렸던 웹 네이티브를 넘어서 모바일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앱 네이티브가 되었다. 이들은 텍스트보다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한 정보 흡수를 선호하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찾기 위해 모바일 화면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문서를 유연하게 다룰 수 있지만, 정작 문서에 대한 집중력은 이전 세대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회에 다니는 청년들은 어떨까. 요즘 청년들은 예배 시간에 개인 성경책 대신 스마트폰에 저장된 성경 앱을 켠다. ‘창출레민신수’를 이해하지 않아도 빠르게 검색을 해서 필요한 구절을 찾는다. 개역개정판에서부터 새번역성경, 영어 성경이 한 화면에 동시에 펼쳐진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성경의 짧고 인상적인 구절을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인지 모른다. 문제는 통독 혹은 깊이 있는 읽기이다. 성경은 짧은 구절이나 초단편 서사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어려운 단어와 생소한 문체, 문맥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도 많다. 빼곡한 텍스트 사이에서 흥미를 더해주는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짧고 간단한 글이나 이미지 및 영상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성경책은 너무 어렵고 높은 벽이다. 물론 짧은 본문이라도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할 것이다. 매일 말씀 한 구절이 적힌 캘리그라피 이미지를 발송해주는 어플을 사용하는 청년들도 있다.

    청년들은 성경읽기 모임도 모바일 상에서 갖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경을 읽고, 모바일 채팅방에 묵상한 내용을 나누는 것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임을 갖는 청년들의 경우 시간이 맞춰 모여서 각자 성경을 읽다가 헤어지기도 한다. 전교인 통독 수련회처럼 일이 크고 복잡해지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제공되는 설교나 통독 수련회보다 성경공부를 주제로 한 소그룹 활동이 더 유효할 수 있다. 특히 주일 예배 후 진행되는 소그룹 모임이 삶 나눔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말씀 공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2: 재미있거나

90년대생은 흥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전 세대가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그중에서도 ‘병맛’ 코드나 ‘B급 감성’, ‘드립력’과 같은 유머 코드에 열광한다. ‘병맛’은 내용이 이상하거나 별 내용이 없는 만화 따위에서 처음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말이나 행동이 4차원인 사람, 대화나 행동 사이에 주제가 없고 어이가 없어 웃긴 상황에서 ‘병맛’이라는 말을 쓴다. 과거 ‘병맛’이라는 표현에는 비방의 의도가 들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병맛’ 유머가 지니고 있는 솔직함과 B급 감성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요한 개그 능력으로 분류되는 ‘드립력’은 특정 상황이나 행동에 대한 짧은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능력으로, 촌철살인식 유머를 뜻한다. 병맛과 드립은 유튜브나 광고 시장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강력한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진지함보다 흥미를 무기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병맛이라는 개념이 유행하게 된 이유를 완전무결함만 살아남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와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증가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중략) 1980년대까지는 비범한 인물의 성공 스토리가 공감을 얻어냈다면, 2000년 이후는 패배의식을 지닌 청년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병맛 개념이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98쪽

    위와 같은 시각이 얼마나 정확하게 맞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무겁고 진지하고 웅장한 어조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가깝게는 축제나 행사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보통 대예배에서 전교인을 대상으로 송출되는 영상은 광활한 하늘과 웅장한 음악, 궁서체의 성경구절이 화면을 채운다. 미(美)의 요소로 본다면 ‘비장미’와 ‘우아미’를 담아낸 콘텐츠이다.

    그러나 청년부에서 제작되는 영상은 패러디와 유튜버들의 브이로그*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edi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형식을 닮아있다. 밀레니얼 세대인 청년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풍자와 해학의 수법으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나 인간상을 구현하며 익살을 부리는 ‘골계미’적 요소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행사가 장난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행사가 지니는 의미나 명분은 구두나 텍스트로 다시 한 번 강조된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명분과 대의도 중요하지만, 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담백하고 솔직해야 한다는 것!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3: 정직하거나

사실 ‘정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로 여겨졌다. 다만 90년대생들에게 정직함이란 기존 세대의 정직함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직함이란 성품이 정직하다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Honest'와 다르다. 나누지 않고 완전한 상태, 온전함이라는 뜻의 ’Integrity'에 가깝다. 그들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다.” -110쪽

    밀레니얼 세대가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이상현상은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만이 아니다. 그들은 각종 채용비리와 부풀려진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대학 진학을 위한 수시 전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에 좌절하다 못해 분노한다. 그러다보니 학벌이나 학력, 나이, 성별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시험 성적을 통해 임용이 결정되는 공무원직의 채용 절차가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정직함은 채용이나 입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자가 될 경우, 그들은 회사와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기업문화의 투명성과 공정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을 대상으로 본사 재고를 강매했다는 보도가 나간 후, 기업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갑질 사태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했지만, 그중에서도 ‘꼰대’와 ‘갑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 소비자들의 ‘조용한 손절’은 기업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자를 호구로 만드는 용산 전가상자의 ‘용팔이’에 대해서도 냉담했다. 그들은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 온라인 시장으로 모여들었고, 강력한 소비자층을 잃은 용산전자상가는 파리만 날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의 교인들은 어떨까. 그들 역시 교회운영의 정직함을 기대할 것이다. 교회의 재정과 세습 문제, 목회자 채용 방식, 전도사와 간사를 대하는 목사의 태도마저도 이들에게는 정직함의 요소가 된다. (어떤 경우 이것은 관계 안에서 오고가는 친절함이나 정중함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목회자는 성도와의 관계뿐 아니라 교회 운영의 투명성과 내부 조직의 건강한 문화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의 회복은 말씀 안에서 깨어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아닐까 싶지만.) 만약 교회가 정직함을 잃어버린다면, 밀레니얼 교인들은 언젠가 교회에 대하여 ‘조용한 손절’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교회 안의 청년들과 관계 맺는 법

교회의 어른들과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신앙적인 생각을 나누거나 교회의 일을 의논하는 공동체는 얼마나 될까? 전교인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 청년들을 보면서 우리는 청년부 담당 목회자의 리더십을 탓하거나 충성심을 잃어버린 청년들을 안타까워하고 있지는 않았나. ‘요즘 젊은 애들은 공동체 정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형제자매 없이 외동으로 자란 경우가 많고, 조부모나 동네 어르신의 보살핌을 받은 경험도 적으며, 개인주의가 당연한 문화 안에서 자라났다. 유년시절 IMF로 회사에서 쫓겨나는 부모 세대를 지켜보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취업난을 경험한 그들은 집단에 충성한다고 해서 자신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으리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들이 조직에 충성하기보다 개인의 삶에 충실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많은 90년대생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상사나 회사에 대한 수직적인 소속감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과거와는 달리, 주변 동료나 지인들을 향한 수평적인 소속감을 더 많이 느낀다.” -174쪽

    충성심이 아예 없다기보다는 충성하는 대상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거대한 조직이 아니라 나의 팀, 나의 동료, 나의 삶에 에너지를 쏟는 세대, 거대한 비전보다는 워라밸이나 ‘소확행’과 같은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이다.

    책의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특징이 바람직한가 아닌가’를 판단하기 전에 이들을 제대로 관찰해 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를 관찰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들의 활동에 직접 참여해 보기’와 ‘해당 세대를 직접 기업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을 들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새로운 세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만약 당장 이와 같은 노력을 쏟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일상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좋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행동의 이면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329쪽

    청년들에게는 어른이 필요하다. 좋은 어른이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탁월한 답을 제시해주는 어른이 아니라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을 조용히 헤아려주는 어른일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멀찍이서 따라갈 어른이 아닌 여전히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는 신앙의 선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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